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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물원에서 이러지 않았으면...

고립된 자아 2007. 3. 17. 19:04

“야, 재주 부리면 이 바나나 주지. 바나나!”

“바나나 줄게 재주 좀 부려봐?”

“박수 쳐봐”

"굴러봐."

“하하하하! 재 좀 봐. 바나나 준다니까 진짜 재주 부리네. 웃기다 웃겨!”

“호호호. 저것 좀 봐 바나나 준 다고 하니까 손도 벌리네.”

 

사람들이 침팬지 우리 앞에서 저마다 손에 바나나를 들고는 침팬지에게 재주를 보여 달라고 주문합니다. 침팬지는 바나나가 먹고(?) 싶었던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박수도 치고, 뒤로 구리기도 하고, 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재주를 부립니다. 재주를 다 부리고 나서는 바나나를 달라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 모습에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하하하, 호호호’ 웃음을 터뜨립니다.

 

 

침팬지가 바나나를 얻어 먹기 위해 사람들의 요구대로 몇 가지 재주를 부립니다.

 

 

사람들의 요구대로 재주를 부리고 나서 바나나를 달라고 침팬지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사람들은 웃습니다.

 

 

던져 준 바나나를 다 먹고 난 후 침팬지가 바나나 껍질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쟤 바나나 더 먹고 싶은가봐?' 하면서 또 다시 바나나를 흔들며 재주 부릴 것을 요구합니다. 침팬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손에 바나나를 들고 흔들면서 침팬지에게 재주를 보여 달라고 재촉합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침팬지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침팬지가 움직이자 않자 관람객 중 한 사람이 '그럼, 이거 먹고 재주 부려봐!'하면서 바나나 하나를 우리 안으로 던졌습니다. 던진 바나나가 침팬지 앞이 아닌 난간 위로 떨어집니다.

 

 

침팬지가 난간 위에 올라가 바나나를 집자 또 다시 사람들이 웃긴 듯 웃음을 터뜨립니다.

 

 

이번에는 바로 바나나를 먹지 않고 입에 물고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앉아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씩 하는 재주 넘기가 힘들어 그랬을까요? 

 

사람들이 침팬지의 재주를 보기 위해 끊임없이 바나나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어서 재주 좀 부리라고 재촉했지만, 침팬지는 우리 한 쪽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바나나를 먹고는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재밌었다는 말과 함께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침팬지를 보고나서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해도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까지는 좋지만, 단순히 재미를 위해 바나나로 유혹해 억지로 재주를 유도하거나, 특히 바나나를 줄 것처럼 손에 들고 흔들면서 재주 부리라고 했다가도 막상 침팬지가 재주 부리고 나서 바나나 달라고 손을 내밀면 바나나는 주지도 않은 채 그 모습을 보면서 좋아라 하는 모습에서는 사람들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팬지 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오랑오탄, 낙타 등 많은 동물들에게 이렇게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동물들을 자기 앞으로 오게 하려는 욕심에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것까지 서슴없이 주는 분도 간혹 있었습니다. 또 낮잠을 자고 있는 야행성 동물들을 억지로 깨우기 위해 작은 돌을 던지는 등 좀 못된 행동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 동물원 많이 가실텐데요. 솔직히 그날 저도 웃었고, 과거에도 그런 적이 많아 이렇게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사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우리 사람들이 보고 즐기기 위해 동물원 우리 안에 억지로 가두어 둔 거잖아요. 그러니 더 잘해줘야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보여 주는 것도 좋고, 가족간 즐거운 봄 나들이 하는 것도 좋지만, 동물들을 유희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지나친 장난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물원에 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동물들을 직접 보여주거나, 혹은 이를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이겠지요?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동물들을 그렇게 대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동물을 사랑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닐까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다 똑같은 이치이고 보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동물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부모님들이 먼저 보여줬으면 합니다.


 


 

출처 : 시사
글쓴이 : 장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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