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 이향지
그녀는 밭을 팔았다 당산나무 아래 앉아 한숨을 쉬고 정월 지난 보리
이랑을 오래 밟아주고 밭 파시오 조르던 사람을 찾아갔다
밭 판 돈으로 딸은 서양사학과에 등록을 했다 밭 판 돈을 들고 간 빚
쟁이는 다시 오지 않았다 밭 판 돈으로 남편은 담배를 사고 막내는 운
동화를 사고 대학을 마친 아들은 브라질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돌아
오지 않았다
그녀는 마른 멸치를 받아서 화물선을 탔다 이제는 바다가 밭이다 이
제는 마른 멸치를 팔아서 보리를 사고 녹두 콩 팥 솎음배추를 사고 시
금치를 사고 풋고추 파 애호박 늙은 호박 고구마줄기까지 사고 땔나무
를 사고 남편 담배 값을 주고 막내딸 수업료를 주고 팔다 남은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서 물밥을 삼키고 다시 마른 멸치를 받으러 간다
그녀가 판 밭 아래로 길이 지나간다 그녀가 한숨 쉬던 당산나무 아래
까지 도시가 올라온다 그녀는 바다 앞에서 다시 한숨을 쉬고 마른 멸치
를 팔러간다
이향지 시인
1942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
1967년 부산대 졸업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1992년 시집 <괄호 속의 귀뚜라미> 현대세계
1995년 <구절리 바람소리> 세계사
2001년 山詩集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나남출판
2001년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 창해
2001년 산행 에세이 <산아,산아> 창해
2003년 제 4회 <현대시 작품상> 수상
2003년 시집 <내 눈앞의 전선> 천년의 시작
출처 : ♣승윤이의 다락방
글쓴이 : 승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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