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

[스크랩] 풀 - 김수영

고립된 자아 2007. 5. 17. 23:11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가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

 

 

1921년 서울 종로에서 출생하여 1945년 [예술부락]에 시 <묘정(廟庭)의 노래>를  실으면서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1946년 연희전문 영문과에 편입했으나 곧 그만두었고, 1949년 김경린 등이 펴낸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2편의 시를 수록했다. 1959년 1948~1959년  사이에  발표했던 시를 모아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 간행하였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고, 시와 시론, 시평 등을 잡지, 신문 등에 발표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였으나, 1968년 6월 15일 밤 교통사고를 당해 적십자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시선집 <거대한 뿌리>(1974) <사랑의 변주곡>(1988) 간행,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이 간행되었으며, 1981년  <김수영전집>  간행, 2001년 10월 20일 <금관 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출처 : ♣승윤이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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